코로나 때문에 프랑스 유학이 좌절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적한 실업자로 지내니… 2주 만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해졌다. 뭐든 배워볼까 하다가 평소 좋아하던 커피를 배워보려고 바리스타 학원을 알아본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한 달 만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카페 창업이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맥주에 대해 전문가였던 것처럼 커피에 대해서도 깊이 배우고 싶었다. 어차피 공부하는 목표가 없는 것보다는 자격증을 따는 것이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자격증 획득도 목표로 삼았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나 라떼아트 전용 수업은 총 20~30시간 정도로 짧은 코스도 있었지만 나는 ‘커피 바리스타 실무 양성과정’이라는 총 120시간의 꽤 긴 수업을 등록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SCA 자격증을 따려고 추가로 학원을 다닌다. ㅋㅋ)
바리스타 자격은 에스프레소 머신&그라인더 작동법,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만드는 것이 중심인데, ‘커피 바리스타 실무과정’은 여기에 더해 커피병, 향미, 로스트, 에스프레소 머신 이외의 다양한 추출방법(핸드드립, 사이펀 등), 커피음료 제조법(카라멜 마키아토, 아인슈페너, 에스프레소 콤파냐 등)까지 배우는 매우 포괄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다.
아래에 사진과 함께 수업 내용을 간략하게 기록해 보려고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작동법, 라떼아트 수업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 추출
같은 조였던 민경 씨가 뒷모습을 예쁘게 찍어줬다. 카푸치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우유 스팀 시에는 단백질의 변성을 막기 위해 60도~70도로 따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라떼아트도 꽤 오랜 시간 연습했어. 하트, 결하트, 로제타, 삼단하트.
재미있어서 가끔 쉬는시간에도 연습했다.
이는 바리스타 자격시험과 상관없이 그냥 초코시럽으로 자신만의 아트만들기에도 다같이 도전해봤다.
커피음료 제조수업
에스프레소와 각종 시럽, 우유 등으로 다양한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오른쪽 사진은 프렌치 프레스로 만든 아이스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콤파냐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와 샤케라또 (Shakerato)
뜨거운 카라멜 마키아또와 아이스 카푸치노
아인슈페너 최고로 맛있었어…
원두의 향미, 로스팅 수업
일단 원두 종류부터 공부.아라비카 품종과 바닷가재 품종.
커피 체리의 가공 방법에 따른 분류. 건식법(워시드) 습식법(내추럴)
일단 이렇게 그린빈 봉지에서 생두를 꺼내서
가스버너에서 뭔가 고소한 로스트 경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시간에 따른 차이를 기록.
그리고 원두의 향미를 평가하는 연습도 했다.
이런 향미를 배우는 키트도 있는데 원두에서 여러 향이 난다.
쉬는 시간의 즐거움
사진 출처 :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에서 발췌.현빈이 손예진을 위해 북한에서 커피를 내리는 장면.
제가 위 사진을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케멕스라는 일체형 추출기구와 천으로 된 융 필터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학원에 있는 추출기구를 보여주신다.
쉬는 시간에는 가끔 선생님께서 이렇게 드립커피를 타주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에스프레소만 좋아하던 제가 드립커피에도 빠지게 됐다.
다양한 커피 추출 기구 수업
핸드드립시 드리퍼 종류에 따른 추출차이.
칼리타 웨이브로 추출하려는 시도
프렌치 프레스와 모카포트
사이펀 추출
콜드브루, 더치커피
터키식 커피 이블릭(체즈베)
사실 정규 커리큘럼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도 있었지만(예를 들어 케멕스 프렌치프레스 모카포트 체즈베 등)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가끔 쉬는 시간을 활용해라도 여러 내용을 설명해줬다.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고 꼼꼼하게 가르쳐 주셔서,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120시간을 배워도 아쉬워서.. 추가로 신청해버렸다.
SCA Barista skill 수업 추가 수강
SCA Barista skill 수업 중.Intermediate의 경우는 커피 산지나 그라인더의 사용법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공부해야 한다.
내일 배움카드로 반값 정도의 국비 지원을 받아 등록한 ‘커피 바리스타 실무양성과정’에는 국내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취득 과정이 포함돼 있었는데, 코로나가 안정되면 나는 다시 해외에서 살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추가로 국제자격증인 SCA 바리스타 Skill 수업을 들었다. SCA는 내일 배움카드로 지원은 못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배운 것을 좀 더 배워두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너무 욕심이 많아서 밸리스터 2급 자격증과 SCA Baristaskill Foundation, Intermediate 자격증을 쓸데없이 3개나 취득해버렸다.돈지랄… (사실 바리스타 2급과 SCA Barista 스킬 Foundation은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만 해도 된다.)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배우면 뭔가 힐링이 되고 두 달 동안 정말 즐거웠어.4월 28일부터 수강을 시작해 자격증 3종은 약 3개월 뒤인 6월 말~7월에 모두 딸 수 있었다.사실 자격증은 돈만 들 뿐 꾸준히 연습만 하면 따기 어렵지 않다.하지만 커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꾸준히 쌓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고 나서가 진정한 시작 느낌?실전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
좀 엉뚱하지만 제가 2020년 상반기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 일본회사에 퇴직서를 제출한 순간 2. 발리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3. 엄마, 동생을 위해 맛있는 커피를 내려 집안에 커피향이 퍼지는 순간
- 이다.
- 내가 바리스타 공부를 함으로써 더 깊은 지식으로 더 맛있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릴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부산 소재 바리스타 학원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 나오는 아래 세바리스타 학원을 후보로 고민하였다.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대상 바리스타학원 중 요리학원은 일단 제외하고 고민한다. 뭔가 요리와 커피를 같이 하는 곳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고..)
- 온천장 모모스 바리스타 학원 2. 서면 퍼스트 바리스타 아카데미 3. 양정CNT 바리스타 학원
- 온천장 모모스는 자격증 획득보다는 실질적 창업을 위해 커피에 대한 지식을 깊이 배울 수 있었지만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이 되지 않아 수강비가 140만원 정도로 상당히 비싸고 개강이 1~2개월에 한 번씩 해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 나는 당장 배우기 시작하고 싶었어.소규모 수업이라 집중도가 높고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정주영 씨에게 직접 일부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 2시간. 뭔가 가성비가 확실하지 않아서 나는 모모 스파스.
- 서면 퍼스트는 부산 지역에 막 생긴 체인형 바리스타 학원이다. 외국어학원으로 치면 파고다와 YBM 같은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신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췄다. 실제로 상담하러 가봤는데 학원 로비에서 인테리어가 따끔따끔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되지.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느낌? 내 취향이 아니었어. 커피 학원 상담하러 갔는데 약간 강남 성형외과 같은 느낌이랄까? 애매해서 지인 몇 명에게 물어봤는데 실제로 다닌 사람들도 나쁘게 얘기해서 예상했던 평판이었다. (복불복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여기도 패스. 부산 바리스타 학원 중 시설은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수업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야 하는 곳.
- 양정CNT 바리스타 학원은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지원되는 바리스타 전문학원 중 집에서 가까운 편으로 커리큘럼이 다양하고 스케줄도 매우 다양해 내가 원하는 시기부터 바로 배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상담 선생님도 복잡해 보이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심플하게 잘 설명해주시고 바리스타 선생님도 몇 분 계셨는데 다들 잘 가르쳐주시는 것 같았다. 실제로 두 달 다녀본 결과 학원 수업 내용도 상당히 알차고 추가로 수강하고 싶을 정도로 유익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내 지인이 부산에서 커피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내가 다니던 양정씨앤티 바리스타 학원을 추천할 것이다. 다만 시설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수업내용과 선생님들이 좋다.
2020년 4월 28일 ~ 6월 19일 CT 바리스타 학원 수강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