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자율주행차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어서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능형 반도체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처음 시작한 기업은 구글 등 IT기업이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두뇌처럼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IT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테슬라가 가장 먼저 시작한 구글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 구글과 테슬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을 비롯한 개발에 뛰어든 제조사들은 개별 자동차의 자율주행 능력 향상에 주력하는 반면 테슬라는 지구상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사 자동차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 자동차는 자율주행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대로 자동차에 적용합니다. 그래서 오늘 출고된 차와 1년 전에 출고된 차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신기술이 계속 개발됨에 따라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테슬라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본사와 지구상에 운행 중인 테슬라 자동차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개발된 정보를 무선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지만 테슬라처럼 중앙처리장치로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시스템입니다. 한편 테슬라는 지구상에 운행하는 테슬라 자동차에서 수집한 도로 정보 및 각종 사고 정보까지 모두 본사 중앙처리장치로 전송됩니다. 그리고 중앙처리장치에서는 이 정보를 모두 가공하여 다시 전 세계로 흩어져 운행 중인 테슬라자동차에 전달됩니다.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15,00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대주주인 스타링크에서 진행하는 이 사업은 2020년 말까지 최대 4만여개의 통신용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타링크의 가장 큰 장점은 지상에 있는 기지국을 이용하지 않고 위성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딜 가도 인터넷이 끊겨요.
기존의 지상 기지국을 이용하는 인터넷은 위치를 정확히 지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고로 인해 통신선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인터넷이 끊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에서 갑자기 인터넷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 최초로 개발돼 개통된 5G도 자율주행차 작동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6G를 급하게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4만여 개의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구 상공에 촘촘히 깔려 있는 위성인터넷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남게 됩니다.
이처럼 세밀하게 전 세계를 연결한 스타링크를 이용한 테슬라자동차는 중앙처리장치와 정보를 계속 주고 받습니다. 기존 경쟁사 자율주행차가 일방적으로 본사로부터 정보를 받는 반면 테슬라는 전 세계에 운행 중인 수백만 대의 자동차에서 정보를 중앙처리장치로 전송하면 중앙처리장치는 정보를 가공해 다시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자동차로 전송합니다. 매일 업그레이드가 되는 거죠. 때문에 1년 전 출시된 테슬라 자동차와 오늘 출고된 테슬라 자동차의 성능은 변함이 없습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 매일 진화합니다.
이렇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바탕으로 테슬라 자동차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주행해야 하는지를 딥러닝합니다. 마치 알파고가 스스로 수백, 수천 번 바둑을 두고 스스로 진화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서는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IT 기업이 선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복잡했던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단순히 전기 배터리로 운행하는 자동차만으로는 더 이상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가르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연비, 승차감, 정속주행 등이었다면 전기차 시대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좌우되고 배터리 성능은 나날이 발전해 조만간 한 번 충전으로 1천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남은 건 딱 하나예요. 얼마나 완벽하게 자동차 스스로 자율주행을 하느냐입니다. IT기업이 선두에서 리드해 나가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진화는 눈부신 속도로 진행될 것입니다. 불과 10년 후에는 자가 소유가 아닌 우버 형태의 공유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는 것이 휴식을 취하는 개념으로 바뀔 것입니다.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지는 것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