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다. 고열과 편도염(수족구병인가..?)

지난 주말 새벽.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가서 톡톡히 하는데 열이 났다. 미열 정도로 가볍게 맞이했던 아침 소풍을 가는 날이어서 아이도 꽤 들떠있는지 즐거운 듯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봄 소풍 때는 적응 기간과 겹쳐서 좋아하는 감자 뇨끼를 만들어줬고 이번 가을 소풍에는 나름 예쁘게 해 주려고 모양만 만들어놓고 잤는데 등원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이가 자꾸 따라붙어서 열이 오르락내리락.결국 부엌에서 적당히 구색만 해 도시락에 넣어줬다.몸이 안 좋아 보였고 열이 별로 높지 않았고 아이도 스스로 등원 준비를 하고 있어 큰 걱정 없이 웃으며 등원했는데 곧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엄마, 소라는 기운이 없고 열이 40도를 웃돌아요.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아이를 보내놓고 혹시나 해서 담임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다가 너무 아프면 바로 가겠다는 연락과 함께 씻고 나오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아이를 다시 데리러 어린이집에 간 지 30분도 안 된 내 아이의 모습은 정말 마른 강아지처럼 축축했다.선생님은 한쪽은 39.8도, 다른 한쪽은 40도라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그 길로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다. 진단명은 편도염. (입안에 수포가 생겨 구내염 초기 단계인 것 같다고 하시니 이틀 정도 지켜보자는 겁니다.) 아이도 갑자기 고열에 지친 듯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바로 잠이 들었다.

한 시간도 안 자고 일어나서는 엄마만 불러 업고 안아달라고 계속 울었다.편도선이 부어서 못 먹는다고 했는데 정말 월요일은 쌀 한 톨도 안 먹은 날이었다.힘없이 늘어져 매미처럼 엄마에게 달라붙어서는 손도 가리고 발도 가리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이고 열이 조금 떨어진 탓인지 약기운에 빵도 한 모금 마셨는데 그나마 곧 입안이 아프다며 “아프다”고 연신 손으로 입을 가리켰다.그래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지 놀 때는 평소처럼 잘 놀았다.이제 괜찮은가 싶어 열을 재보니 여전히 미열이 나고 있고 여전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가방에 다시 등원 준비를 하면서 가방을 메고는 ‘엄마-‘라고 바라지만 안쓰러움 그 자체였다.만약 구내염이 더 진행돼 수족구병에라도 걸리면.. 그래서 아이가 너무 아파서 입원이라도 해야 한다면.. 하는 걱정과 생각에 하염없이 심장이 뛰었다. 아이가 아파서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핸드폰이나 쥐어주면서 뭐든지 해주려고 했는데, 별 관심 없는 아이는 사진만 몇 장 찍고 영상만 몇 장 찍고 유튜브도 볼지.. TV로 보여줘도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보고 노래만 틀어놓고 어린이집에 가서 같이 놀다 올 정도인데.. 그렇다면 왜 틀어달라고 하는지 의문이지만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너그러워진다.

그리고 오후에 낮잠을 안 잘 것 같아서 아이도 쉬고 저도 쉬려고 시댁으로 올라가는 차 안.집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그 거리에 또 잠들어 버렸다.도착해서 내려가자! 하고 뒤를 보니 아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목이 아프고 숨이 가빠졌고 다행히 열은 계속 미열했다.이때가 월요일 오후 4시 20분쯤. 아이를 안고 소파에 눕혔고 아이는 5시쯤에야 눈을 떴다.

그리고 그다음은 저녁도 안 먹고 좋아하는 과일도 샤인머스캣 5알 정도 먹고 끝.우유도 남기고 물도 잘 안 먹고 약도 안 먹고 엄마 하면서 다시 울었다.7시 30분 아이는 밤에 자고 혹시 새벽에, 혹시 아침에 뭐 좀 먹을까 해서 새 밥을 해놓고 좋아하는 반찬 몇 개를 해놓고 아이 옆에 누워서 시간마다 열을 재고 새벽에 깨어나 안아주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화요일 아침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밤새도록 열한 번도 없이 잘 잔 편이었다.새벽에 가끔 애착양말을 찾기도 하고 엄마를 찾기 위해 눈을 뜨기도 했지만 안아주면 안심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그리고 배가 고픈지 밥과 아침을 찾고 있었기에 좋아하는 파스타 면을 꺼내 아이가 직접 먹을 정도로 양을 정하게 하고 푹 삶아 부드럽게 끓인 파스타를 6개나 먹었다. 이후 우유나 간식도 월요일보다는 잘 먹는 편이었고 열은 완전히 정상 체온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해서 손발에 수포가 났는지 살펴봐도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는 가끔 입안이 아픈지 입안에 손을 넣으며 “아야야야야야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11시 40분쯤 낮잠을 자고 1시가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일어나자마자 우유를 찾아 우유를 줬더니 오늘은 남김없이 다 마셨다.그 후 놀이도 잘 놀아서 몸이 안 좋아 보였고 월요일과 달리 아빠에게도 자주 가서 안겨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입자가 있는 것은 먹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오후에는 엄마집에 가서 요양하려고 밥과 김만 가져갔는데, 무려.. 밥을 저만큼 남기고 다 먹었다. 오히려 김은 먹지 않고 엄마가 해주신 양파, 계란국에 우물쭈물.아이의 입에 무엇이든 들어가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열이 안 나고 입안에 염증이 많이 나았는지 장난도 많이 치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가서 노는 것도 잘 놀았다.아저씨가 만져도 헤헤 웃으며 늘 하던 모습.낮잠을 일찍 자서 그런지 잠이 많이 와서 씻고 집에 오는 차에서 잠이 든 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새근새근 잘 잔다.내일 다시 병원에 가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아픔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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