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속의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면서 우주를 사랑하는 방법
천문학은 경이로운 학문이다.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달을 보고 태양을 보고 우주의 기원과 우리 인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학문이다.천문학은 별의 근원을 밝히는 학문이지만 철학적 물음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별은 왜 빛나고 달은 왜 모양이 변하는 것일까.왜 우리는 별에 소원을 빌고 별자리를 찾고 외계인을 찾는 것일까?존재에 대한 인식과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하는 학문이 천문학인 것이다.그래서 천문학은 과학이지만 동시에 문학이다.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외로움과 별 하나에 시를 기억한다.
그러나 천문학자인 저자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별을 보는 대신 과학자인 이들은 멀리 우주에서 날아온 신호를 수치로 변화시켜 데이터를 만들어 블랙홀이 존재하고 다른 은하계가 존재하는 것을 관측하고 측정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천문학을 낭만적인 학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천문학자 심채경은 이과형 인간이지만 평범한 글로 우리를 매료시킨다.천문학자의 매력적인 천문학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오히려 여성 과학자로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을 보게 됐다. 본인 스스로 천문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로 인해 비정규직 생활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워킹맘임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는 슬프지 않다.왜냐하면 그는 천문학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해 별에 대해 광적으로 흥분하고 왜 천문학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천문학 고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아직 읽지 못한 이유는 저자의 광적인 흥분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오히려 그 광적인 흥분이 좋았고 우와 멋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같은 천문학자의 눈에는 칼 세이건의 글은 그냥 선동으로 보일 것 같다.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과학자에게는 더욱 그렇다.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과학은 머리가 차가워야 한다. 그래서 과학 작문은 건조하고 전혀 미사여구가 없다.하지만 과학자들은 새로운 발견과 기술의 진보를 위해 열정을 가져야 하고 그 자체로 즐겨야 한다.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취업을 위해 다니는 취업양성소가 돼버린 대학을 한탄하며 과학자보다 여성이 더 부각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과학이라는 학문은 돈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온 국민이 응원하고 국민이 낸 세금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별을 보지 않은 천문학자라도 오히려 우리에게 다른 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어서 더욱 가슴에 남는다.대한민국에서 돈이 안 되는 기초과학, 그것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여성 과학자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