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학대 파문에 휘말린 KBS 2TV 사극 ‘태종 이방원’이 2주 연속 방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태종 이방원 측이 동물 학대 문제를 공식 사과하는 가운데 죽은 말의 주인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1일 방영된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이성계(김영철)의 낙마 장면을 말다리에 밧줄을 묶어 90도로 급락시키는 방식으로 촬영해 동물학대 시비에 휘말렸고, 이에 분노한 동물단체들은 KBS에 공문을 보내 공식 항의하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습니다. 시청자들도 청원을 통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제가 봐도 이번 일은 말로만 모질었다고 생각하는 사건이긴 해요.ㅠ.ㅠ
결국 KBS는 지난 20일 말이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향후 촬영 방식의 변경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만, 말은 이미 사고 일주일 후에 사망했습니다. 촬영 당시 사고로 인한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 말은 25년간 말·소 등 촬영동물 전문 대여업을 해 온 마주 A씨의 소유였다고 합니다. A 씨는 21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촬영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동물 촬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했습니다.
일단 낙마 촬영 당일 그는 큰 탈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부상 등의 이상 징후가 없어 별다른 수의사의 진찰을 받지 못하고 6~7일 정도 간밤에 자고 일어나면 사망했다고 합니다.

A 씨는 내가 이 일만 25년을 해왔다. 항상 촬영장에 나와. 그날 촬영에서는 말 위에 오른 사람의 스턴트 배우가 다쳤다. 끝나고 제작진이 말은 괜찮으냐고 묻자 그는 말이 만약 스스로 아프면 일어나서 걸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데리고 들어왔어. 집에 돌아와서도 밥을 잘 먹고 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을 떠나더군요.

그런데 이걸 KBS나 제작사에 바로 알리지 않았대요. 상황이 손해가 발생했지만 ‘급사’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요구하기도 애매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아닙니다.
A씨는 “사고라고 하면 사고가 맞다. 지금까지 내가 빌려준 동물 중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는 없었다며 만약 말 상태가 나빠 수의사 진단을 받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거나 부검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느냐. 분명히 촬영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기 어렵고, 그냥 혼자 손해보는 걸 감수하고 굳이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계약서를 명문화하는 영화 촬영과 달리 드라마 촬영은 동물 출연 대여 시 관행적인 구두 계약이 대부분입니다. 동물 부상이나 폐사가 발생하면 보상을 받지만 계약서에 따른 책임 이행은 아니라는 얘기지만 이번에 폐사한 태종 이방원의 말은 논란이 커지자 KBS와 제작사 측이 폐사 사실을 확인하고 A 씨에게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사극 등 과거 시대가 배경인 촬영에 말소 같은 동물들이 처음부터 출연할 수밖에 없지만 25년간 촬영동물 대여업에 몸담은 A 씨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보다 비참한 촬영도 많다. 말을 존중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고 CG 같은 특수효과를 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굳이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최근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져 그런 촬영 때 동물이 피해를 적게 보는 쪽으로 변화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종 이방원’은 이번 동물학대 파문으로 2주간 방송을 쉰다고 합니다.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던 13, 14회는 물론 29일과 30일 편성 예정이던 설 스페셜 방송 모두 결방됐습니다.


사고 현장이라는 게 원래 위험함을 표현하려고 하면 위험하기 마련인데 동물이 피뢰를 덜 받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CG와 같은 특수효과가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더 구체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KBS의 사과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권보호단체 카라는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카라는 이 끔찍한 상황은 단순한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이며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해 일부러 말을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낼 예정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종 이방원’ 방송 중지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1일 오후 1시 현재 4만 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배우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등 유명 연예인들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공효진은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고, 김효진은 “정말 무섭다”며 “촬영장에서의 동물은 소품이 아니라 생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