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한 건 2016년 6월 13일이었어요
2015년 8월에 이직을 했는데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출근첫날이건좀아닌가싶어서요. 나름대로이직노하우가있다고생각했고어느회사든3개월안에안착할수있다라는지금생각해보면터무니없는자신이있었습니다. 조금 익숙해지는 데 1년 가까이 걸린 것 같아요. 적응기간의 마지막에서 새로운 것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자극을 받아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당시 유행 아이템을 미리 보기로 모았다, 라는 생각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일단 시간표를 보고 가능한 시간표 중에서 가장 궁금한 아이템을 골랐습니다. 그게 캘리그라피였어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20분부터였는데 나름 큰 그림은 ‘퇴근 – 맛있는 밤 – 새로운 배움 – 귀가’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끊임없는 이벤트가 발생해서 시간만 맞춰도 힘들었어요. 중간에 맛있는 저녁식사가 생략되기도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인데 못 먹고 뭘 배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죠. 결국 다음 학기부터는 일요일 오전반으로 바꿔서 쉽게 들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배움 맛있는 점심으로
제가등록했던강좌는’디자이너이용선의캘리그라피와손을잡는다’라는강좌였습니다. 이용선 선생님은 ‘칼리바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작가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문화센터는 2017년 8월 13일까지 정확히 1년 3개월 동안 다녔죠. (날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여기 써 보려고 문화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해 봤습니다.) 나름대로 오래 다녔다는 의미로 삼고 싶습니다. 적어도 매주 일요일 아침에 뭔가를 배운다는 기분은 좋았으니까요. 나를 위해 투자하는 느낌.(이 시간에 영어를 더 연습했다면 지금은 더 유창한 영어를 할 수 있었을까요?)
처음에는 커리큘럼을 자세히 본 것도 아니고 그냥 캘리그라피라는 게 있대. 나는 글씨가 안예뻐서 한번 배워볼까? 잘 배워두면 친구한테 카드 쓰는게 좋지 않아? 라는 생각으로 결재를 눌렀습니다. 첫시간에선생님이소개하고각자기소개하고어떻게이강좌를알고등록했는지이런얘기를하는데잠깐,뭐라고해야될지심장이두근두근거려서요. 저처럼 아무 생각 없이 등록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관심이 있는 정도로 표현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게 또 사실이에요.
붓과 종이등을 나눠주고 처음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는데, 그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선긋기가 이렇게 재미있고 자유로운 느낌이구나!성격도 급해서 가로로 선을 죽죽 긋고 세로로 죽죽 그으면서 즐겁게 먹물을 보았습니다. 저는 먹물도 듬뿍 찍어서 막 퍼지더라고요 선도 굵고 선긋기가 되게 재밌었어요
지금도글을쓰기전에는선부터그어시작해보세요. 새로운 종이를 만나도 선을 그을 거예요. 대부분은 선긋기를 싫어해서 글씨로 쓰는 것을 원했지만, 저는 선긋기가 가장 즐겁습니다. 연필로 긋는 선도, 붓으로 긋는 선도 좋아합니다. 어떻게 해야 돼? 심각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냥 좋은 일이었어요” 일단 그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글씨부터 쓰려면 뭘 쓰지? 어떻게 써야 되지? 뭔가 두려움이 있는데 그 두려움을 상쇄시켜 주는 것 같네요 선에만 몰두하면서 수평, 수직, 사선, 원까지 그리면 다음에 뭔가를 써 봅시다 라고 생각합니다

@dalgeulagstudio, Aug. 20 16 * 필대를 사기 전까지는 이렇게 부엌 싱크대 걸이에 걸어 말렸습니다.씻은 붓은 모양을 잘 갖추고, 아래를 향하고, 살짝 그늘에서 말리는 것입니다.왼쪽에서두번째붓이첫번째로사용한붓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