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평소 같으면 눈여겨본 적 없는 다리 밑.. 육지와 달리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그런지 다리 밑이 특별한 공간인 경우가 많다~~
집 근처 대왕수천천 다리 아래로 주민들이 한여름 더위를 식히고 공연도 하는 넓은 공간이 있으며, 이곳 교래리도 다리 밑에 화산섬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이번에 만난 화산섬 제주의 역사는 1만5천년 전 이후 분출된 화산.교래 삼다수 마을 복지 회관 바로 옆 제4교 내교 아래 지점이다.교래리 퇴적층으로 불린다.
지질 박사를 따라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상상도 못했던 거대한 용암 흔적이 자리 잡고 있다.하천 이름은 천미천.한라산 1100고지에서 발원하여 표선면의 바다까지 흐르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길이가 무려 25.7km에 이른다.
이곳의 특별함은 최초의 화산 활동이 일어난 후 화산 활동이 멈춘 기간에 빗물, 하천 등에 의해 퇴적물이 씻겨나가고 쌓인 퇴적층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현무암괴, 자갈, 모래, 실트 등으로 이루어진 퇴적층이다.오랜 세월 쌓인 퇴적층은 황갈색, 담갈색, 검은색까지 색상도 다양하다.
손으로 만져볼게요~입자가 어떤지 만져봐야 알아요.지질박사 말대로 손가락을 휙 문질러 보겠다.찰흙놀이를 할 때처럼 부드럽게 손가락에 흙이 그대로 묻는다.화산 분출물로 이루어진 토양인 화산 회토다.
이렇게 부드럽게 붙을 정도라면 비가 많이 오면 다시 여러 변형이 생길 것 같다.위험에 처한 암석 사이를 누비고 뿌리를 뻗은 나무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자기가 살려고 암석 사이를 파고들면 언젠가 저 바위덩어리가 깨져갈 것이다.
나무에 조금씩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 바위.거대한 암석은 중앙 부분만 깨끗하고 위아래에는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다.용암이 흐를 때 기체가 빠진 자국, ‘기공’이다.이처럼 암석 위아래에 모두 기공이 생긴 것은 용암 위와 아래 부분이 차천 양쪽으로 기체가 모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윗부분이 기공이 더 많은데 용암 아랫부분도 차가워 기체가 아래로도 내려간 것이다.다시 말해 하나의 용암류가 흐른 흔적이다.
그런데 퇴적층 위에서 만난 이 암석에서는 하천 바닥에 깔린 용암류의 흔적으로 만난 사장석이 보이지 않는다.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던 모래장석이 하천 바닥 돌에는 촘촘히 박혀 있었는데… 퇴적층을 중간에 두고 위와 아랫부분의 용암은 서로 다른 시기에 분출한 흔적이다.
하얗게 박힌 것이 사장석 정확한 연대 측정을 위해서는 석영이 이용되는데, 석영 특유의 광 여기(빛을 흡수한 물질의 화학 반응)를 이용한다고 한다.석영은 일정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석영이 이미 가지고 있던 광 여기 특성을 잃어 초기화되는데, 퇴적층의 열자기 특성을 분석한 결과 퇴적층의 상부 1m 내외에서 광 여기 특성을 초기화시킬 정도로 많은 열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퇴적층이 쌓이기 시작한 시기가 아니라 이 지층 위로 언제 용암이 흘렀느냐는 것이라고 한다.그래서 얻은 결론은 교래리 퇴적층의 상층부 용암류는 적어도 1만 5천 년 전 이후에 분출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위아래 용암류를 정확히 가르고 있는 이 거대한 상판은 폭우로 거센 물줄기가 천미천을 통과하면 하나둘 아래로 떨어진다.그런 시간을 거쳐 지금의 위치까지 밀려났는데… 천지연 폭포가 만들어진 모습이 이곳과 매우 흡사하다.천지연 폭포 하부에 제주도의 초기 화산 폭발 흔적인 서귀포층이 있듯이 이곳에는 퇴적층이 존재하는 것이다.천지연 폭포도 풍화작용에 의해 바다에 가까웠던 것이 지금의 위치까지 밀려나게 된 것이다.
교래리 퇴적층을 만들어낸 용암은 바로 옆 동배오름으로 추정하고 있다.
몇 년 뒤, 아니 1년 뒤에라도 이곳에 다시 온다면 같은 모습은 아닐 것 같다.벅찬 상판이 하나둘 떨어지고 저 거대한 포효하는 듯한 계곡의 모습이 다시 뒤로 물러날 것이다.교래 삼다수 마을은 2018년 제주의 세계 지질 공원 대표 명소 13번째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기존에 지정된 12곳이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용두해안 등 특정 지점인 것과 달리 교래삼다수마을은 마을 전체가 지질공원 명소로 지정된 것이어서 이번에 방문하면서 뭔가 특별함을 기대했다.삼다수엽길은 이미 오래 전에 개장하여 잘 알려진 곳이므로 그 밖에 지질 트레일에서 견학할 수 있는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다.
그러나 지질 명소 지정 이전과 이후 별다른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지오트레일은 기존 삼다수길 코스밖에 없고, 교래리 퇴적층에 대해서는 작은 안내판조차 하나 없다.달라진 게 있다면 교래 삼다수촌복지관 한쪽에 제주도 지질공원 탐방 안내소가 생겼다는 것 정도랄까.
겨우 지질명소를 지정받았을 텐데 그에 걸맞은 인프라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