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도가 다한 오래된 시설이나 건물을 되살려 활용하는 작업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이들 여행지는 옛 공간의 흔적과 역사를 장식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생태환경에 해를 끼쳤던 과거를 반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다시 태어난 여행지(업사이클링 로드)’로 함께 랜선 여행을 떠나보세요!
폐광에서 신비로운 동굴 여행지로 충주활옥동굴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활옥동굴은 1900년에 발견되어 일제강점기(1922년)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 활석, 백운석 광산입니다. 활옥동굴은 한때 8000여명이 일할 정도로 잘 팔리는 광산이었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낮은 채산성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광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활옥동굴이 2019년에 동굴테마파크로 거듭났습니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광조형물과 교육장, 공연장, 건강 테라피존 등을 마련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동굴은 높고 넓고 깊습니다.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굴보다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밖과 전혀 다른 기온에 놀라워요. 1℃로 쌀쌀한 날씨에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오지만 동굴 안은 오히려 아늑합니다. 활옥동굴은 평균기온 11~15℃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건강 테라피존으로 친환경 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동굴에서 나오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줍니다. 활석과 황토석으로 만든 1인용 황토 아궁이를 설치하였습니다.
동굴 관람 코스를 따라가면 엄청나게 큰 기계를 만나게 됩니다. 미래세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이것은 권양기입니다. 발파하여 채굴한 활석과 백옥을 깊은 갱도에서 운반하던 기계인데, 원통형 몸체에 철선을 감아 물건을 끌어 올립니다. 동굴의 지하 높이는 711m에 달해서 권양기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동굴 곳곳에 네온을 이용한 조형물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갈이나 지네, 호랑이 등 조각가가 만든 예술품처럼 보이는 조형물을 감상하며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돌고래와 조개, 산호초 등 아름다운 조형물이 바닷속의 신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활옥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입니다. 동굴 안에 호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운데 맑은 물에 사는 은어와 황금송어가 수영을 하다니 놀랍습니다. 즐거운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천천히 동굴을 유람하다니! 카약을 타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최갑수
동굴농원도 이채롭다. 갱도에 약 1200㎡의 공간을 마련해 고추냉이를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고추냉이는 온도에 민감한 작물이지만 1년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 특성상 재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이밖에 와인저장고와 식초저장고, 동굴오락실 등을 갖춰 반나절 가족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폐광에서 동굴테마파크로 거듭난 활옥동굴의 변신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위치 : 충청북도 충주시 목벌안길 26 영업시간 :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이용요금 : 성인 7,000원 / 청소년 6,000원 / 소인 5,000원 충청북도 충주시 목벌안길 26
폐정수장에서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영등포 선유도공원

사진제공 라이브 스튜디오 김학래


사진제공 여행작가 권다현
현대 서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한강의 기적이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경제성장 뒤에는 환경파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영등포구 선유도가 그 중 하나다.
서울시는 선유도에 있던 폐정수장을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선유도 공원은 오래된 것은 오래도록 역사적인 산업유산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선유도는 본래 한강변에 우뚝 솟은 봉우리였습니다.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신선이 놀았던 산’이라는 뜻에서 선유봉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선유봉 암석을 채취하여 한강둑을 쌓는 데 사용하다가 훼손되기 시작했고 이곳을 관통하여 양화대교를 건설했습니다. 선유정수장을 지어서 절경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당시 사진 자료를 보면 콘크리트 구조로 가득 차 삭막합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권다현
20여 년간 영등포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해 온 선유정수장은 강북정수장과 통합되어 이전하였습니다. 폐정수장이 한산하게 남은 선유도는 버려진 공장을 재생한 첫 생태공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실제로 선유도 공원은 건축가가 선정한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습니다.
선유도 공원에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에서 이어지는 정문을 이용하거나 양화선착장 주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선유교를 건너는 방법입니다. 선유도 남쪽과 양화 한강공원을 잇는 선유교는 서울시와 프랑스가 새천년을 맞는 공동기념사업으로 건설한 보행자 전용 다리입니다. 밤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권다현
선유도 공원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리사무소 건물이 눈에 띕니다. 이 건물은 수조에 모래와 자갈 등을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지였습니다. 수조가 있던 지하공간은 장애인주차장과 공원관리실이고 여과지 물을 관리하던 지상건물은 방문자 안내소로 사용됩니다.
관리사무소 오른쪽에는 수질정화원과 온실이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 정화 과정을 볼 수 있는 온실은 옛날 침전지의 스테인리스 수로를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권다현
선유도 공원의 인기 포토존으로 꼽히는 녹색 기둥 정원은 규칙적으로 배치된 콘크리트 기둥을 감은 담쟁이들이 계절마다 다채로운 색깔의 생명력을 더해줍니다.
옛 침전지의 구조물이 가장 온전히 남아 있는 시간의 마당도 손꼽히는 출사사입니다. 회색 콘크리트와 곳곳에 나타난 철근, 그 사이에 싹튼 다양한 식물들이 선유도가 품은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위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어둠의 벙커에서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서귀포 빛의 벙커



사진제공 여행작가 박상준
빛의 벙커는 국가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센터입니다. 철근 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1990년 완공되었습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벽두께 3m에 달합니다. 이를 가로 세로 1m의 콘크리트 기둥 27개가 받치고 있어 요즘과 다르지 않습니다.
센터는 2000년대 초부터 용도 없이 방치되다 2012년 민간에 불하했고 2015년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센터 사무실과 숙소동에 지어졌습니다. 기존 센터 벙커는 한동안 공연장이나 행사장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8년 빛의 벙커가 문을 열었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박상준
빛의 벙커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입니다. 빔프로젝터 90대가 벽이나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명화를 연출하는 방식입니다.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편집한 거장의 작품이 삼면을 장식하는 순간 ‘빛의 벙커’라는 이름을 실감합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박상준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크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모네의 ‘수련’, ‘양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여자’, 샤갈의 ‘율리시즈의 메시지’ 등 예술가 20명의 작품이 약 35분간 펼쳐집니다.
파트Ⅱ는 파울 클레의 ‘Painting Music(음악 그리기)’입니다. 클레는 화가이자 음악가, 교사로 활동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의 피리> 주제곡과 클레의 작품이 10분간 공간을 채운데 스피커 69대를 설치해 귀도 눈 못지않게 즐겁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박상준
빛의 벙커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닌 거장의 작품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구현합니다. 이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불몽’이나 ‘물몽’을 하듯 작품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닥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따라 걸으며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장은 하나의 열린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거울로 구성된 작은 미러룸, 전시 중인 작품을 하나씩 보여주는 ㄷ자형 갤러리룸 등 여러 개의 벽이 공간을 구획해 단조롭지 않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박상준
빛의 벙커는 남쪽 출입구와 북쪽 출입구의 모습이 같습니다. 입체적인 사다리꼴로 입구 윗부분은 수목이 우거져 공간을 위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벙커 옆에는 제주커피박물관밤이 있습니다. 카페와 박물관이 공존하며 창문이 넓어 숲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기에 좋습니다. 현재 전시는 2022년 2월 28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영업시간: 10:00~18:00 이용요금: 어른 18,000원/ 청소년 13,000원/ 어린이 10,000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폐광에서 피는 예술의 향기, 정선삼탄아트마인

사진제공 여행작가 콴회
한때는 기계음 가득한 산업현장이었습니다. 당시 이름은 삼척 탄좌 청암광업소로 1964년 문을 연 뒤 수십 년간 광부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2001년에는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지난 2013년 옛 삼척탄좌정암광업소가 150여 개국에서 수집한 예술품 10만여 점을 갖춘 복합문화예술단지 ‘삼탄아트마인(samtanartmine)’으로 거듭났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콴회
강원 정선, 아름다운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 주차장에 들어서면 철탑이 뿔처럼 튀어나온 작은 건물이 보입니다. 삼척탄좌시대 종합사무동이었던 건물은 현재 삼탄역사박물관과 마인갤러리, 아트레지던스룸 등을 갖춘 삼탄아트센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입구에 들어서면 숯가루 범벅이 된 얼굴에 선한 눈동자가 빛나는 광부의 대형 초상화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광부 초상화가 있는 4층은 로비와 매표소, 국내외 작가들이 상주하며 창작활동을 하는 아트 레지던스룸 등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콴회
옛 계단을 내려가면 삼탄역사박물관과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 CAM)이 나옵니다. 삼탄역사박물관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작은 도서관만한 공간으로 가득 찬 서류입니다. 수십 년간 모은 직원 급여명세서와 건강관리표 등 각종 행정문서가 지나간 시대를 증언합니다.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마인갤러리는 탄광시설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난 전시공간입니다. 광부 3000여명이 3교대로 이용하던 샤워실은 몇 개의 오브제와 그림을 더해 독특한 전시실이 됐고, 작업용 장화를 빨던 세화장은 다양한 격자무늬 발판 아래에 조명을 켜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콴회
아트숍과 체험공간인 예술놀이터가 있는 1층은 옛 석탄조차장(열차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곳)이 변신한 레일바이뮤지엄으로 연결됩니다. 삼척 탄좌에서 파낸 모든 석탄이 모여 있던 곳으로 53m 높이의 권양기(광부와 석탄을 운반하는 산업용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설비들이 거대한 뼈대를 드러냅니다.

사진제공 여행작가 콴회
건물 밖으로 나가면 넓은 마당에 몇 개의 조형물이 들어간 ‘기억의 정원’입니다. 연탄으로 쌓은 탑, 광부의 실루엣을 담은 철근 작품, 석탄을 실어 나른 탄차 등이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위치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영업시간 : 09:30~17:00, 월·화휴업 이용요금 : 1인 입장권 10,000원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운영 여부와 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니 미리 확인 후 방문해주세요!
★우리 모두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역수칙을 지켜주세요! 글, 사진여행작가 최갑수, 권다현, 박상준, 구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