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상암동 첫 자율주행차 운행…’조금 답답하지만 안정감’]

서울시 자율주행차 스스로 운행하는 모습/사진=김지현 기자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됐어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 탑승한 서울시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승객들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율주행차 운전 실력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안전에 초점을 맞춰 운행하는 모습이었다. 도로 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끼어들기나 추월 등을 하지 않았다. 차량 내에 설치된 모니터로 탑승객도 자율주행차가 사람,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인식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안전 준수’하면서 운전…시속 50km 유지
이날 오전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자율주행차 이용을 위해 서울 자율주행 전용 앱(TAP!)을 다운로드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하고 본인 명의의 카드를 등록하면 탑승지점과 하차지점을 선택해 자율주행차를 부를 수 있었다.
서울시의 자율주행차는 택시보다는 셔틀에 가까웠다.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인 상암동 일대를 2개 노선으로 나눠 해당 구간에 한해 이동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다. 합승은 허용되지 않는다
취재진이 탑승한 노선은 상암A01개 노선(DMC역~에스플렉스센터~서부면허시험장~상암월드컵파크~7단지·5단지~상암파출소~DMC역)이었다.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DMC 역까지 약 16분 정도 탑승했다. 상암 A02 노선은 DMC역~휴먼시아아파트~누리꿈스퀘어~DMC첨단산업센터~DMC역을 순환한다.
자율주행차는 일반 운전자보다 안전을 준수하며 운전했다. 서울 도심 일반도로 기준인 시속 50㎞를 유지하면서 달리다가 사람이나 오토바이 등 장애물을 미리 인지한 뒤 시간을 두고 멈춰섰다. 또 신호를 철저히 지키고 차선 변경도 사전에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내부에는 운전석과 뒷좌석 두 자리에 모니터가 설치돼 화면을 통해 이런 과정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보수적으로 운전하다 보니 다른 차량에 비해 운행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운전하던 승용차가 여러 차례 경적을 울렸다. 전반적으로 조금 답답했지만 안정감이 느껴지는 운행이었다.
돌발상황 대비 세이프 드라이버 동행

아동보호구역에 진입하자 자율주행차가 수동운전 방식으로 전환됐다/사진=김지현 기자 운전석에는 시민 안전을 위해 안전운전사(운전자)가 동행했다. 법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사람이 운전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동보호구역에 들어서면 모니터에는 수동운전으로 전환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후 세이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운전한 뒤 보호구역에서 벗어나자 다시 자율주행 모드로 바뀌었다. 따로 알리지 않으면 운전자가 달라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세이프 드라이버는 “(자율주행차는) 앞차를 추월하려는 등의 시도는 하지 않는다”며 “주행 경로를 가로막고 있는 차가 있다면 피해 운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급제동이나 급가속도 없었다.
서울시와 함께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잡을 뿐만 아니라 승객의 건강상태, 물건 분실 등을 체크해준다”며 “현재 기술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세이프 드라이버라고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 저렴한 요금 관심 노선 확대해 달라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자율주행차의 모습/사진=김지현 기자 시민들은 승객 수, 이동거리에 관계없이 회당 요금 2000원만 받는 저렴한 가격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운행구역이 한정돼 있다는 점은 아쉽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택시 기본요금도 3000원이 넘지만 2000원만 내고 이동할 수 있다면 탑승할 의향이 있지만 상암동 쪽으로 갈 일이 없어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암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이모 씨(43)는 택시 승차구역이 떨어져 있어 안타깝다며 방식이 앱으로 부르면 오는 택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집과 직장 근처에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있으면 이용해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자율주행차 시범지구 운영위원회에서 3000원 이하로 요금이 결정됐다”며 “이에 업체와 협의해 초기에는 많은 시민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1000원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처음 탑승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승용차형 자율주행차에 이어 DMC역~공원 지역을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도 이르면 3월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말까지 상암동에 총 12대까지 자율주행차 유상운송을 확대한다.
김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