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2013)은 오타쿠의 산물이다. 카이주에 대항하는 예거 설정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킨다. 카이쥬는 <고질라> 오마주가 다분해 보이고, <포탈> 시리즈의 <그라도스>를 오마주한 장면도 등장한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 그리고 유명 게임에 대한 기예르모델 토로의 덕력(?)을 증명하기 위해 <퍼시픽 림>을 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하 업라이징)은 다르다. 전작과 달리 <업라이징>의 경우 철저하게 시리즈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자본의 집합체일 뿐이다. 여기에는 존중, 애정,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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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ous imageNext image(왼쪽) 퍼시픽 림/(오른쪽)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예거에 대한 방식의 차이가 극명하다. 전편의 경우 예거의 거대함과 무게를 표현하기 위해 클로즈업과 로앵글을 즐겨 사용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호자들은 너무나 거대해 카메라 안에 전체적인 모습을 담기 어려웠다. 예거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함께 그 영화적 중력에 긴장했다. 덕분에 우리는 예거를 경외심을 품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업라이징>은 다르다. 예거의 날렵함을 강조하기 위해 전체적인 모습을 담는다. 전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경외감, 무게감은 없었다. 애초 오락성을 최우선으로 한 기획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를 배제한 것인지도 모른다.
Previous image Next image 레더백/오타치/슬라탄카이주를 대하는 방법도 다르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 강하게 불만을 표하고 싶어. 전작에서는 예거 못지않게 카이주도 중요한 캐릭터로 작용했다. 이들은 지구를 망칠 수 있는 매우 무섭고 잔인한 생명체였으며 각각 눈에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레더백은 고릴라 형상에 걸맞게 앞다리가 매우 커 육탄전에 강하다. 큰 칼의 경우 원거리에서 산성 피를 뿌려 날개를 가리고 있다. 이처럼 해당 카이주만의 고유한 특징은 예거와의 대결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해 각기 다른 액션을 연출하게 했다. 또한 등급이 상당히 중요했던 카이주는 높은 등급이 등장할수록 긴장감, 카타르시스가 함께 높아졌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처음으로 최상급인 5등급 카이지 스래턴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업 라이징>은 그런 카이 성주의 설명이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징도 분명치 않은, 단순히 몸만 커진 메가 카이 성주의 등장만으로 관객에게 놀라운 일을 지시한다. 가뜩이나 전편은 비가 내리는 밤에 액션이 많아 카이 성주의 공포가 훨씬 극대화된 바 있다. <업 라이징>은 한낮에 그것도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에 이런 공포가 적다. 단지 강아지들과 장난감 로봇이 서로 장난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오타쿠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던 전편과 달리,<업 라이징>는 하나에서 열까지 실망했다. 육중한 액션이 사라지고 카이 성주의 공포가 사라지고 디테일이 부족하고 서스펜스와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했다. 전편에서 까닭도 없이 조종사들이 기술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비기를 선 보였을 리 없다. 극에 더 몰두시키고 열광시킨 음악과 음향 활용도 기대 이하였다. 이 영화에는 열광적인 요소가 없다. 열정을 느낄 만한 요소도 없다. 우리가 바라던 것이<업 라이징>에는 전혀 없었다. 문화를 위한 오타쿠의 헌사는 소리 없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공짜의 돈 뭉치뿐이었다. 열정과 낭만이 사라진 자본의 집합체 ★ ★
퍼시픽 림: 업라이징 감독 스티븐 S. 도나이트 출연 존 보예가, 스콧 이스트우드 개봉 2018.03.21.퍼시픽 림: 업라이징 감독 스티븐 S. 도나이트 출연 존 보예가, 스콧 이스트우드 개봉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