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정보는 비대칭성이 강한 분야입니다.
환자들은 정보를 잘 모르고 열심히 찾아도 인터넷에 뜨는 많은 의학정보는 부정확하거나 틀렸거나 또는 개인/사업상의 이익을 위한 정보들만으로 피곤할 뿐입니다.
필요한 약인지 어떤지는 의사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 처방에 대한 책임이 무겁네요.
최근 증례를 통해서 조금 더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증례 60대 후반의 여성 환자입니다 2주 전, 타원으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를 진단 받았습니다.
당뇨약: 메포민 500mg, 글리메 프라이드 2mg 고지혈증: 로슈바스타틴 20mg(rosuvastatin) 혈압약: 아무로지핀 5mg
다른 병원에서 위와 같이 약을 처방받아 며칠 복용하였고, 아는 분의 소개로 저희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당뇨(당화혈색소 10.1) 당뇨약: 메포민 500mg, 글리메 프라이드 2mg 고지혈증: 로슈바스타틴 20mg(rosuvastatin) 혈압약: 암로지핀 5mg
간이혈당을 쟀더니 혈당이 400 가까이 나와서 당화혈색소(HbA1c) 10.1이었어요
보통 당화혈색소>9 이상인 경우 인슐린 주사치료를 고려하므로 당화혈색소가 10인 것은 사실상 혈당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슐린 치료로 당독성(glucotoxicity)을 해결하고 췌장 분비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경구약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나 현재의 경구약으로는 혈당 조절이 어렵습니다.
고지혈증(저밀도 콜레스테롤 28) 당뇨약: 메포민 500mg, 글리메 프라이드 2mg 고지혈증: 로슈바스타틴 20mg(rosuvastatin) 혈압약: 암로지핀 5mg
고지혈증 약의 종류도 다양하고 약물의 양에 따라 약의 강도가 다릅니다.
환자에게 처방된 로스바스타틴(rosuvastatin) 20mg은 아래 표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고강도(high intensity)로 분류되어 효과가 강한 약입니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기준이 더 엄격하기 때문에 타원검사상 고지혈증 수치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추측하였으나,
실제로 저희 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에서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8 밖에 되지 않습니다.
약을 며칠밖에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약 때문에 금방 이렇게 수치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예요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어느 정도 필요한 성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수치가 너무 낮은 것은 오히려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재 고지혈증약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약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서 정말 약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번처럼 고강도 고지혈증 약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고혈압(100/65) 당뇨약: 메포민 500mg, 글리메 프라이드 2mg 고지혈증: 로슈바스타틴 20mg(rosuvastatin) 혈압약: 암로지핀 5mg
암로디핀은 흔한 처방 약으로 비교적 가벼운 고혈압일 때 처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혈압을 재어보니 10065로 낮게 측정되어 있었습니다
혈압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낮은 것도 문제에요.적절한 혈액 순환을 위해 어느 정도의 혈압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내원한 타원으로는 혈압이 높았을 수 있지만 현재 혈압이 낮게 측정되기 때문에 약을 잠시 중단하고 집에서 혈압을 열심히 재고 오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뒤 집에서 잰 혈압도 수축기 혈압이 110120대로 잘 유지되고 있어 현재 혈압약은 불필요하다고 최종 판단돼 그만뒀습니다.
이후의 조치
당뇨약: 메포민 500mg, 글리메 프라이드 2mg: 변경고지혈증: 로슈바스타틴 20mg(rosuvastatin): 중단혈압약: 암로지핀 5mg: 중단
최초 처방된 약, 중고 지혈증 약과 혈압약은 현재 필요 없다고 판단하여 중단하였고,
당뇨병도 현재의 당뇨병 소견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슐린 2주간 유지했지만 이후 혈당이 급상승하여 경구약 3제로 변경했습니다.
그 후 당화혈색소 10.1 → 6.1까지 감소하였고,
경구약 2제(복합제이기 때문에 실제 당뇨약 개수는 1개)로 변경했습니다.
현재와 같이 혈당치 조정이 잘 되면 경구약 하나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향후 혈당치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처음 처방된 약의 수는 4개였지만, 현재는 1개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과 같이 만성질환의 경우 일단 약을 먹으면 오래 약을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투약 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약을 1일 1회 먹는지, 2회 먹느냐에 따라 삶의 질의 차이가 있지만, 필요한 약과 필요 없는 약의 차이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 또한 부족한 의학 지식 때문에, 또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때로는 약간은 불필요했던 약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