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Gino Paoli 최백호와 이탈리아

최백호 – 불혹

얼마 전 저녁자리에서 화가 지인에게 가수 최백호의 최근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그 곡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괴물의 OST The Night이라는 곡으로 잔잔한 피아노로 시작하지만 묵직하고 웅장한 재즈 스타일의 곡이었다. 그 곡은 하드보일드한 드라마의 극적인 분위기도 잘 살려주었지만 무엇보다 연륜이 있는 최백호의 음색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나는 그때 우리 가수 중 과연 누가 그 긴 세월을 이처럼 짙은 목소리에 녹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최백호의 데뷔 40주년 CD ‘불혹’을 손에 넣었다.이 음반은 2017년 발매되자마자 품절됐고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명반의 반열에 올랐다.그런데 지난해 말 부분적으로 물량이 풀려 내 손에 들어오게 됐다.이 앨범에는 최근 곡과 함께 대표곡을 다시 부른 버전도 들어 있는데 그중 40년 전인 1977년 데뷔곡인 내 마음이 갈 곳을 잃어와 탱고 리듬의 낭만에 대하여가 먼저 귀에 들어왔다.그런데 조금 더 들어보면 ‘바다의 끝’이라는 노래가 마음에 와 닿았어.이 곡은 정말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쓸쓸하고 서글픈 느낌이 강하지만 역설적으로 오히려 듣는 이에게는 위로를 받는 듯했다.

최백호의 불혹 CD(CJ)

최백호의 골든 디럭스 1집 LP(지구)

LP(서울레코드 페스티벌 기념음반)와 다시 길거리에서 LP-이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장의 엘피가 나왔다.그는 현재 70대 초반이다.하지만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곡들도 많이 남겼다.최백호의 음악은 한마디로 쓸쓸하다.하지만 고독해야 나올 수 있는 깊은 서정이 중심이다.그래서 고독한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감동과 위안을 주는 듯하다.그리고 그의 음악은 복잡하고 화려하지 않으며 노래를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창법이다.나는 어려서부터 최백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짙어졌다.커피로 말하면 진한 에스프레소에 시나몬 향을 더한 카푸치노 느낌이 난다.그래서 이제는 늙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그 연륜과 서정성에 감동을 받게 된다.

그런데 나는 1950년생 최백호의 노래를 들으면서 Gino Paoli라는 이탈리아 가수가 머릿속에 오버랩되었다.

Gino Paoli-Il Cielo In Una Stanza 방 하늘

재작년, 블로그의 이웃에서 미술, 여행 작가 windward씨의 포스팅으로 처음으로 Gino Paoli를 들었다.곡명은 Il Cielo In Una Stanza, 직역하면 ‘방 안의 하늘’ 그리고 ‘행복은 가득’으로 번역된다.그리고 이 곡은 한국의 올드팬들에게 칸쵸네 가수 ‘Mina’의 노래 ‘푸른 물결아 언제까지나’로 잘 알려진 곡이다. OST로 쓰인 영화 제목이다.

Il Cielo In Una Stanza가 수록한 MINA 베스트 엘피 한국에선 이 노래가 ‘푸른 물결아 언제까지나’로 알려져 있다. 나는 우리말 제목으로는 방 안의 하늘이 제일 마음에 든다.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별점을 미리 받은 축하로 칸쵸네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Milva, Mina, Nicoladi Bari 같은 칸쵸네 가수들은 많이 들었다.또 나이가 들면서 적지 않은 칸쵸네의 음반도 모았지만 정작 푸른물결아 언제까지나의 작곡자이자 가수인 Gino Paoli는 잘 몰랐다.아마도 예전에 한국 라이선스 엘피에는 그의 노래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Gino Paoli가 부른 Il Cielo In Una Stanza는 앨범을 찾아보니 다양한 버전이 있었다.이 곡은 그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아 젊은 시절인 1960년대부터 2010년대 버전까지 수많은 그의 음반에 수록되었다.이웃사람 windward씨가 올린 영상은 2012년 재즈 피아니스트 Danilo Rea와 함께한 “Due Come Noi Che..” 앨범에 수록된 곡이며, 비교적 최근에 부른 버전이다.그런데 1934년생인 Gino Paoli의 당시 나이 70대 후반에 부른 이 노래는 나를 매료시켰다.다닐로 레아의 피아노 반주도 아름답지만 천천히 천천히 읊조리는 그의 노래에서 고독하면서도 진한 서정성이 느껴졌다.

Duecomenoiche.. : Gino Pao li & Danilo ReaCD – 제목을 번역하면 “우리 둘과 똑같아” “그 후 나는 Gino Paoli의 엘피를 찾기 시작했고 그의 앤솔로지 전집과 몇 개의 개별 앨범을 입수했다.

왼쪽부터 앤솔로지 박스엘피(3딩) 89엘피 재즈앨범 Vanoni와의 듀엣앨범- 이렇게 엘피를 요구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적이야. 이러한 엘피에도 Il Cielo In Una Stanza 는 포함되어 있다.그런데 나는 그의 레코드를 들으면서 공통된 키워드를 느꼈다. 바로 ‘고독’이다.이는 최백호의 노래도 마찬가지다.Gino Paoli는 젊은 시절 34장의 앨범과 43장의 싱글을 냈으며 칸쵸네 가수 Ornella Vanoni와도 연인 관계로 지내며 인기와 함께 복잡한 연애사를 가졌다.그러나 그의 인생의 화려한 이면에는 처절한 고독이 있었다.반골 기질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탈리아 공산당에서도 활동해 한때는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마지막 앨범은 2019년 85세의 나이로 발매되었는데, 앨범의 자켓이 정말 인상적이다. 마치 이탈리아 영화 ‘The Great Beauty’의 포스터같은 느낌을 주지만,

The Great Beuty 포스터-60대의 시각으로,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나타냈다.이제 그와 함께한 고독이 더 이상 슬프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그가 내뿜는 담배 연기 때문인지 85세 노인의 주름이지만 편안한 표정 때문인지 모른다.

appuntidiun lungoviagio앨범(2019년)-80대 시각으로, 이제는 인생을 그대로 관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앨범자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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