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걱정 없는 지열 발전의 길이 열렸다
지열발전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0 가까이 줄이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암석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방사선을 내면서 발생시키는 에너지는 열 에너지 형태로 지구 내부에 축적되는데, 지열 발전은 이 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 Calpine
바람의 강도와 일조량 같은 기후환경적 조건에 의존해야 하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지열발전은 지구가 그 탄생 순간부터 품기 시작한 열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과 화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아 더욱 매력적인 대안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내부 깊숙이 숨어 있는 열을 추출해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지열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표면 근처에 마그마가 있는 화산 부근 땅속에 물처럼 흐르는 물질인 유체를 넣고 이 유체가 증발하면서 만들어지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야 합니다. 이때 입자가 조밀해 유체가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넣어두는 저류구조가 있어야 유체저장공간이 만들어져 지열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적으로 저류구조를 만드는 기술은 지열발전의 확산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저류 구조가 없는 화산지대에 시추 구멍을 뚫고 강한 압력으로 물을 넣어 암석을 파괴하여 인공적으로 저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97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 인공저류지열시스템(EGS, Enhanced Geothermal System) 기술 덕분에 지열발전소는 세계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EGS는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2006년 작성한 ‘지열 에너지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이 기술을 적용한 지역에서 규모 2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후 2006년과 2007년에 지열발전소의 시추공을 내기 시작해 주변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고, 관계 당국은 지열발전소가 그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역시 전문가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졌는데, 정부조사연구단은 2019년 3월 인근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시켰음을 발표했습니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암반에 균열이 생겼는데, 이에 큰 수압이 누적되어 단층대가 활성화되고 포항 지진의 본진을 촉발했다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2010년부터 국내에서 본격화된 지열발전 관련 연구와 2018년 완공 예정이었던 포항지열발전소 공사는 무기한 중단되었습니다.
2014년 당시 포항지열발전소 설비©넥스트지오
전자파로 땅 속을 관통하는 지열 발전 기술
시추공과 드릴로 암석을 파괴하는 기계적 과정 대신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땅 속을 파는 방법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 2008년입니다. MIT 플라스마 과학 및 핵융합센터 소속 폴 우스코프(Paul Woskov) 교수 연구진은 10킬로와트의 자이로트론(gryotron)을 이용해 고에너지 전자기파를 30에서 300기가헤르츠의 극고주파로 변환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실 환경에서 암석에 고출력, 고주파의 극고주파를 발사한 결과 화강암, 현무암, 사암, 석회암을 녹여 증발시켜 구멍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MIT 뉴스에 실린 우스코프의 사진, 한 손으로는 암석 테스트 체임버로 연결된 오렌지색 냉각수 라인을 잡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이로트론으로 암석을 뚫은 결과를 들고 있다. © MIT News
우스코프 교수는 고온에서 녹은 암석이 시추공 벽을 감싸고 고온으로 인한 높은 압력이 주변 지층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정된 부피 안에서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그 압력은 주변 압력보다 항상 높아지기 때문에 고온 물리학적 원리를 이용한 극고주파 드릴이 기계적 드릴보다 깊고 안정적으로 시추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스코프 교수의 연구진은 미국 시애틀 기반의 지질 에너지 전문 스타트업 알타락(Alta Rock)과 기술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알타록은 우스코프 연구진의 극고주파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굴착속도를 10배 이상 증가시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알타록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380만달러를 지원 받았습니다. 프로젝트 파트너는 지원 기간이 종료되는 2022년 9월 전까지 극고주파 기술을 굴착 현장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알타록 관계자는 지구가 안고 있는 열에너지의 0.1%를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면 이는 인류가 향후 200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알타록의 지주회사 Quaise의 CEO 카를로스 아라크(Carlos Araque)는 극고주파 기술로 현존 에너지원의 접근 문제를 해결하고 “10~20km 깊이까지 굴착할 수 있다면 무한한 에너지원에의 접근이 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글 : 김희원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출처 http://www.mk.co.kr/news/it/view/2019/03/192351/https://spectrum.ieee.org/energy/renewables/altarock-energy-melts-rock-with-millimeter-waves-for-geothermal-wellshttps://www.arpa-e.energy.gov/?q=slick-sheet-project/millimeter-wave-technology-demonstration-geothermal-direct-energy-drillinghttps://www.rfglobalnet.com/doc/rock-drill-bit-microwave-paul-woskov-explores-a-new-path-through-the-earth-s-crust-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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